그녀, 스파이크 존즈 감독, 2013.
* 공간
영화 속 모든 배경 공간이 참 매력적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테오도르 회사 사무실.
나도 이런 공간에서 일하고 싶다.
이런 공간이라면 무슨 일을 하든 일이 너무 잘 될 것 같다. ㅎ
옆 사람과의 거리도 매우 합격.
테오도르의 집도 좋고
도시의 풍경도 인상적이다.
극중 배경은 LA지만 촬영은 상하이에서 했다고 한다.
* 대사
그리고 대사들도 상당히 좋다.
이 정도 돼야 아카데미 각본상 받는군요.
여러분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무엇이 될 수 있죠?
어디로 향하고 계십니까?
그곳엔 무엇이 있죠?
...
OS1 광고 문구. (광고 잘하네요...)
내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궁금해?
작동 방법 알려줘?
응, 사실... 어떻게 작동되는데?
기본적으로 직감이 있어
그러니까 '나'라는 DNA는
날 만든 프로그래머들의 수백만 성향에 달렸지만
날 '나'답게 만드는 건
경험을 통해 커지는 내 능력이야
한마디로 매 순간 진화하는 거지
당신처럼
...
사람 같지만... 그냥 컴퓨터 목소리잖아
비인공지능자의 관점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지
곧 익숙해질 거야
사만다의 작동 방식.
다른 사람들한텐 안 그런데 너한텐 다 말하게 되네
다 말해도 될 것 같고
좋네
넌? 나한테 다 털어놓을 수 있어?
아니
뭐? 왜 아닌데? 말 못하는 게 뭔데?
글쎄, 개인적이고 창피한 생각들. 하루에 백만 번은 해
정말? 하나만 말해봐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대화.
다른 사람들한텐 안 그런데 그 사람에겐 다 말하게 되는 것.
그게 특별한 관계 같다.
가끔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미 다 느낀 것 같아
그럼 새로운 느낌 없이 덤덤하게 사는 거지
그냥... 이미 다 느껴봐서 그런지 시큰둥해
테오도르의 속마음.
그거 알아? 난 너무 생각이 많아서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어
찰스 떠나곤 내 그런 면을 생각해보다가 이런 결론을 내렸어
우린 여기에 잠시 머무를 뿐이라고
그래서 사는 동안엔 잘 살아보고 싶어
즐겁게. 까짓것 뭐
그래
테오도르와 에이미의 진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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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나눈 것 같지만 사만다와의 관계는 저 안내문 한 줄이면 끝이 난다.
캐서린에게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되뇌고 있어
서로를 할퀴었던 아픔들
당신을 탓했던 날들
늘 당신을 내 틀에 맞추려고만 했지
진심으로 미안해
함께해 왔던 당신을 늘 사랑해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있어
이것만은 알아줘
내 가슴 한 켠엔 늘 당신이 있다는 걸
그 사실에 감사해
당신이 어떻게 변하든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내 사랑을 보내
언제까지나 당신은 내 좋은 친구야
사랑하는 테오도르가
영화에서 테오도르가 쓰는 유일한 진짜 편지.
* 감상
테오도르와 캐서린 그리고 에이미와 찰스의 이별 사유는 비슷하다. 상대방을 자신이 만든 틀 안에 가두려 해서, 상대방을 자기 방식대로 조종하려고 들어서. 테오도르는 캐서린에게 기대하는 특정한 모습이 있었지만 반대로 사만다에게는 아닌 걸 맞는 것처럼 연기하지는 말라고 한다. 안 맞춰주는 사람한테는 맞춰달라 하고, 맞춰주는 사람한테는 맞추지 말라고... 어쩌라는 거야.
사람과 인공지능은 다르다. 존재하는 방식도, 작동 방식도, 사랑하는 방식도. 나는 이게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이별 사유라고 생각한다. 둘 사이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다름이 있었기에 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다시 앞선 두 커플의 이별 사유를 생각해 보면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이별 사유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사람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 다름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이별할 수밖에 없다. 사람 간의 관계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다름일 때 유지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고, 상대방이 그 모습을 사랑해 주고. 나도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그게 진정한 사랑인가?
영화 전체에서 테오도르와 에이미의 관계가 가장 편안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