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최종철 옮김, 민음사.
34 폴로니어스
귀는 모두에게, 입은 소수에게만 열고
모든 의견을 수용하되 판단은 보류해라.
돈을 빌리면 절약심이 무디어진단다.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진실되거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거짓될 수 없는 법.
35
폴로니어스 / 시간이 널 재촉해. 가, 하인들이 기다려.
레어티즈 / 잘 있거라, 오필리아. 내가 한 말 명심해라.
오필리아 / 그건 제 기억 속에 가뒀으니, 오빠가 열쇠를 간직하고 계셔요.
60 플로니어스
이건 알려야 돼.
덮어두면, 사랑을 발설하여 살 미움보다
감춰야 할 슬픔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가자.
72 햄릿
왜냐하면 좋거나 나쁜 건 없는데,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니까. 내겐 이게 감옥이야.
85
폴로니어스 / 저하, 그들의 값어치에 따라 그들을 대접하겠나이다.
햄릿 / 나 원 참, 봐요, 훨씬 더 낫게 해야지. 모든 사람을 각자의 값어치대로만 대접하면, 태형을 피할 사람이 있어요? 당신의 명예와 가치에 버금가게 그들을 대접하시오, 그들의 자격이 모자랄수록 당신의 선심은 더욱 값질 테니까.
94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 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
왜냐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 압제자의 잘못, 잘난 자의 불손, 경멸받는 사랑의 고통, 법률의 늑장, 관리들의 무례함, 참을성 있는 양반들이 쓸모없는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 건가?
단 한 자루의 단검이면 자신을 청산할 수 있을진대.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 세상을 투덜대며 땀흘릴까?
178 묘파기꾼
젊었을 땐 사랑하고 사랑했지.
참으로 달콤하다 생각했지.
시간을 내 뜻대로 보냈지.
그게 최고라고 생각했지.
허나 백발이 도둑발로 다가와,
억센 손에 이 몸을 움켜쥐고,
옛 시절은 없었던 것처럼
땅 속으로 이 몸을 데려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