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무정, 1917(매일신보 연재).
소담출판사, 1998.
소담출판사 베스트셀러한국문학선 발간사
우리는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산업시대의 큰 풍조 속에서 경제적 부만을 추구하는 열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물질적 가치와 똑같은 비중으로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도 더 귀중한 정신적 가치에 관한 소중함을 몰각한 것이 오늘날의 풍조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면면히 이어오고 있는 우리 문화의 한 중심인 문예의 가치를 인식하고, 널리 보급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 즉 작품에 실현된 정신적 가치는 우리 민족의 창조적 지혜로서 이어지고 이해되어 민족의 정신적 지향의 전통이 됨을 깨닫게 된다.
문학 속 문학
톨스토이, 부활.
루소, 참회록 / 에밀.
셰익스피어, 햄릿.
괴테, 파우스트.
크로포트킨, 면포의 약탈.
문학 속 인물
나폴레옹
페스탈로치 https://en.wikipedia.org/wiki/Johann_Heinrich_Pestalozzi
엘렌 케이 https://en.wikipedia.org/wiki/Ellen_Key
문학 속 장소
대동강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4213#section-7
현대 장편소설의 효시로 일컫는 이광수(李光洙)의 『무정(無情)』에, 순결을 의심받게 된 박영채가 대동강에 투신자살할 것을 염려하여 이형식이 평양으로 가서 수소문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 사건 이후 두 주인공은 결정적인 전환을 맞게 되었다.
등장인물
이형식. 경성학교 영어 교사. 동경에서 유학함.
김선형. 안동 김 장로[김광현]의 딸. 명년에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해 영어를 준비, 형식을 가정교사로 초빙함.
박영채. 박 진사[박응진]의 딸. 계월향이라 불림.
김병욱. 영채가 평양 가는 기차에서 만난 인물. 음악을 배움.
신우선. 형식의 친구. 쾌활하기로 동류간에 유명. 신문기자.
윤순애. 선형의 친구. 선형과 함께 영어 수업을 들음.
학생 이희경과 김종렬. 그리고 김계도.
계월화. 영채가 평양서 기생이 되어 처음 정들인 기생. 별명은 솔이.
배명식. 경성학교의 학감 겸 지리 역사를 담임한 교사.
김현수. 경성학교 교주의 아들.
김병국. 형식과 동경에서 함께 유학한 인물이자 병욱의 오빠.
32
형식은 지금 교육계에 다니는 사람이라, 행실과 명망이 생명이니 기생을 아내로 삼는다 하면 사회의 평론이 어떠할까 하고 다시 절망스러운 마음도 생긴다.
45
세상에 사람이 많건마는 제 가슴속에 깊이깊이 간직한 회포를 들어 줄 사람이 몇이나 되리오.
46
아아, 역시 남이로구나. 형식이도 역시 남이로구나. 마음놓고 제 속에 있는 비밀을 다 말하지 못하겠구나 하였다.
53
영채는 결코 기생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요, 행여나 늙으신 부친을 구원할까 하고 기생이 된 것이다.
115
너는 부디 세상 사람에게 속지 말고 일생을 너 혼자 살아라! 옛날 사람으로 벗을 삼아라! 만일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거든.
176
그러므로 생명은 절대요, 도덕 법률은 상대니, 생명은 무수히 현시의 그것과 상이한 도덕과 법률을 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형식이가 배워 얻은 인생관이다.
그러므로 영채가 정절이 깨어짐에 의하여 목숨을 버리려 함은 효와 정절이라는 일도덕률을 인생인 여자의 생명의 전체로 오인한 것이라 하였다. 효와 정절이 현시에 있어서는 여자의 중심되는 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여자인 인생의 생명의 소산이요, 일부분이라 하였다.
178
노파가 보기에 기생이란 마땅히 아무러한 남자에게나 몸을 허하는 것이 선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이 선을 깨뜨리고 정절을 지키려 하는 영채는 노파가 보기에는 악이었다. ... 형식은 생각하였다. 자기도 그 노파와 같은 경우에 있었다면 그 노파와 같이 되었을 것이요, 그 노파도 자기와 같이 십오륙 년간 교육을 받았으면 자기와 같이 되리라 하였다. 그리고 차 실내에 곤하게 잠든 여러 사람을 보았다. 그 중에는 노동자도 있고, 신사도 있고, 욕심꾸러기 같은 사람도 있고, 흉악한 듯한 사람도 있다.
199
형식은,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개인 또는 사회의 노력으로 개인이나 사회가 개선될 수 있고 향상될 수 있다 하고, 그네는 모든 일의 책임이 전혀 사람에게 있지 아니하니 다만 되는 대로 살아갈 따름이요, 사람의 의지로 개선함도 없고 개악함도 없다 한다.
형식은 이렇게 생각하다가 혼잣말로 '옳지! 이것이 조선 사람의 인생관이로구나.' 하였다.
231
그래서 농담삼아, 칭찬삼아 형식을 '사상가'라고도 하고, '철학자'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별명에는 '너는 생각이나 하여라. 실제에는 아무것도 못 하겠다.' 하는 조롱의 뜻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별명을 들은 형식은 '너희는 사상가가 무엇이며 철학자가 무엇인지를 아느냐.' 하고 비웃으면서도 그러한 별명이 아주 듣기 싫지는 아니하였다.
240
나는 벼슬보다 중 노릇을 하고 싶어요. 저 깊은 산 속에 들어가서 조그만 암자에다가...
(…) 저런! 무엇을 못해서 중이 되어요?
중이 안 되면 무엇을 해요?
243
그렇게 십여 년을 그립게 지내다가 찾아왔는데 그렇게 무정하게 구시니까.
250
형식이가 괴로운 듯이 숙이고 앉았는 그 얼굴에는 자세히 보면 단정코 참을 수 없는 기쁨의 빛이 있을 것이다.
길을 가다가도 갈까말까 갈까말까하고 수십 분이나 주저하는 수가 있다. 이것은 마음 약한 사람의 특징이다. 그가 얼른 결단하는 것도 약한 까닭이요, 얼른 결단하지 못하는 것도 약한 까닭이다. 지금 형식은 이럴까저럴까 어떻게 대답하여야 좋을 줄을 모른다. 누가 곁에서 자기를 대신하여 대답해 주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다.
253
우선의 말을 들으매 형식도 얼마큼 안심이 된다. 자기도 그만한 생각을 못함이 아니지마는 자기 생각만으로는 안심이 아니 되다가 우선의 활발한 말을 듣고야 비로소 안심이 된다. 형식은 우선의 말대로 하리라 하였다. 제 생각대로 한다는 것보다 우선의 말대로 한다는 것이 더 마음에 흡족한 듯하였다.
369
조선의 과거를 알려면 우선 역사 보는 안식을 길러 가지고 조선의 역사를 자세히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조선의 현재를 알려면 우선 현대의 문명을 이해하고 세계의 대세를 살펴서 사회와 문명을 이해할 만한 안식을 기른 뒤에 조선의 모든 현재 상태를 주밀히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 더구나 나는 인생을 모른다. ... 나는 아직 나를 모른다. 근본적으로 내가 무엇인지는 설혹 알지 못한다 하여도, 적더라도, 현재에 내가 세상에 처하여 갈 인생관은 있어야 할 것이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좋은 것을 좋다고 할 만한 무슨 표준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게는 그것이 있는가. 나는 과연 자각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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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 장편소설의 첫 작품으로 평가받는 무정.
근대적인 개인의식을 지닌 자율적 인물이라는 것과 묘사를 한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던 시대.
1917년, 그때 독자들은 이 소설을 얼마나 재밌게 읽었을까.
그로부터 100년이 더 지난 2025년.
우린 과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책임지고 있을까.
'개인은 사회를 벗어날 수 없다' 보다 강력한 테제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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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우미인초"가 생각난다. 인물 설정 (특히 우유부단 묘사) 그리고 기차 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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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형식아. 영채랑 선형이 그만 비교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