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틴 알리,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1940년, 하키카트 신문에 40회로 연재, 1943년 단행본으로 출간.
문학 속 문학
투르게네프나 테오도어 슈토름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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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같은 거 쓰고 있어?"
"가끔... 시도 쓰고, 단편 소설도...."
"도움이 좀 돼?"
나는 다시 웃었다. 그는 "그런 건 좀 그만두지 그래!"라며, 성공하고 싶다면 현실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강의를 늘어놨다. 문학 같은 쓸데없는 것들은 학창 시절 이후에는 해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내가 그 말에 하나하나 반박할 수 있고, 논쟁도 할 수 있다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치 어린아이에게 충고하듯 말하고 있었다. 이미 자기는 성공했기 때문에 이런 용기를 낼 수 있다는 태도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무척 바보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선망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고, 나의 이런 모습에 그의 용기는 더욱 샘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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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그 사이에 얼마나 큰 격차가 생겨난 것인가! 사람들의 관계를 정하는 요소들이란 얼마나 우습고, 얼마나 피상적이며, 얼마나 헛되고, 게다가 인간애와는 얼마나 무관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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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서로를 찾아내고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항상 말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이유를, 시인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관조할 누군가를 그렇게 갈구하는 이유를 이즈음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옆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걷거나 맞은편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 남자로부터 내가 뭘 배우고 있는지 나는 몰랐지만, 수년 동안 교사들에게 배운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배웠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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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가 감춰둔 영혼, 질서정연하든 뒤죽박죽이든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고 가장 단순해 보이는 사람도 경이로운 내면을 품고 있을 수 있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도 고뇌에 찬 영혼의 소유자일 수 있다. 왜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라는 듯 사람이라는 피조물을 이해하고 판단 내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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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 주 동안은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정도의 독일어를 배우고, 넋을 놓고 거리를 둘러보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나 처음 왔을 때 느낀 경이로움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또 다른 도시였을 뿐이다. 거리가 조금 더 넓고, 아주 깨끗하며, 사람들의 피부가 더 하얀 도시. 하지만 정신없이 빠져들 만큼 혹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 내가 꿈꿔온 유럽을 아직 알지 못하기에,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가 그동안 내가 상상해온 유럽에 비해 뭐가 부족한지 판단할 순 없었다.... 우리가 마음속에 그리는 멋진 것들과 견줄 만한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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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들 새로운 세대의 작품을 별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지나치게 과감하고, 어떤 식으로든 눈에 띄려 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으리라. 자신을 드러내려는 경향은 나의 기질과 달라 생경하고 혐오스러웠다. 그래서 신문에 나온 비평조차 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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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너무나 자주 이성과 경험이 판단력을 흐리도록 내버려뒀다. 첫인상으로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건 성급한 짓이라고 스스로 타일렀다. 이성과 경험으로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정정하곤 했다. 하지만 번번이 첫인상이 옳았다. 긍정적으로 판단한 사람이 시간이 흘러 안 좋게 보인다거나, 혹은 반대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면 '첫인상이 틀렸군!'하고 혼잣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 - 잠깐일 때도 있고 한참 뒤일 때도 있다 - 첫 판단이 옳았고, 이성이나 경험 같은 외부 요인이 만든 변화는 거짓이며 일시적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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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냐하면 난 용기는 있거든요.... 그림에 사람들을 향한 나의 시선과 판단을 담고 싶어요. 어느 정도는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 부질없더라고요.... 내가 무시하는 사람들은 내 그림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차피 내가 무시할 리 없는 사람들이지요. 그렇다면 다른 모든 예술처럼 그림도 딱히 전달할 사람이 없어요. 정말로 말하고 싶은 사람에게 호소할 수가 없는 거예요. 열망만 가득할 뿐이죠. 그럼에도 그림은 이 세상에서 내가 진지하게 여기는 유일한 거예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남들이 요구하는 걸 그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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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면, 그러니까 어떤 사람의 발가벗은 실체를 받아들이고 나면 그 사람이 누구든 매력은 사라져버리게 마련이다. 나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희미한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녀의 적나라한 실체를 직시할 정도로 현실적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에게서 멀어지게 되는 진실이라면 견뎌낼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귀한 보석을 발견했다. 이렇게 나의 영혼에 가장 소중한 것을 발견했는데, 더 큰 진실을 위해 자질구레한 것들은 못 본 척함으로써 작은 진실을 희생시키는 자비를 베푸는 것이 더 인간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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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넓게 펼친다고 해서 줄어드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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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삶을 즐기고 있었다. 생기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외따로 떨어져, 나만의 생각 속에 들어앉아 문을 걸어 잠그고 살았다. 내가 저들 위에서 내려다본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내가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온 이유는 지나치게 특별해서가 아니라, 있어야 하는 것들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이란 저 사람들처럼 살아야 하는 거였다. 저들은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자기 몫의 삶을 걸머지고 살아가며, 의무를 이행하면서 세상에 뭔가를 돌려주고 있다. 그렇게 삶에 뭔가를 더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었던가? 내 영혼은 나무좀처럼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 말고는 대체 뭘 했단 말인가? 저 나무와 가지와 잎사귀를 덮은 눈, 통나무 가지노, 축음기, 호수와 얼음 그리고 무질서하리만큼 다양한 사람들....
저들은 모두 삶이 부여한 것들을 해내느라 분주했다. 비록 내가 한눈에 알아보지는 못하더라도, 저들의 모든 행동에는 의미가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동차 차축에서 튕겨나와 정처 없이 구르는 바퀴처럼 뒤뚱거리는 꼴이고, 이런 나에게 어떤 특별함을 부여하려고 용쓰고 있었다. 분명 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나 따위가 없어진다 해도 세상은 나빠질 게 없을 것이다. 나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뭔가를 기대하지 않았으니.
바로 이 순간, 살아갈 방향을 새롭게 결정하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순간부터 나는 내가 쓸모없고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가끔은 활기찬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듯했고,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나의 환경에 일어난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점을 숙고한 후, 며칠 동안은 그걸로 위안 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린 신념으로 되돌아가,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되새겼다. 이 신념의 영향에서 벗어날 길은 없었다. 심지어 오늘도, 그사이 이토록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나의 용기를 산산이 깨뜨리고 주위로부터 완전히 멀어지게 만든 그 순간 나를 압도했던 힘을 지금도 세세히 떠올릴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나에 대해 내린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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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오로지 한 번뿐인 도박이며, 나는 그 도박에서 졌다. 두 번째는 없다.
* "새로운 인생"과 비슷한 구석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