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 향수, 1985.
남극해에 있다는 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법석을 떨어대는 꼴이라니. 무엇 때문에 그런 미친 짓거리를 하는 것일까? 너나 없이 그런 짓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생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단 한번만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사랑과 바보 같은 존경심을 보여주듯이 그 역시 자신의 증오를 보여주고 싶었다. 단 한번만, 꼭 한번만이라도 그의 진짜 모습을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유일한 감정인 증오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알고 싶었다.
* 그러나 이날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향수의 가면을 쓰고 있다.
돈, 테러, 죽음보다 더 큰 힘. 이것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아무도 그것을 거역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꼭 한 군데 있으니, 그곳이 바로 그르누이 자신이다. 물론 그는 이 향수를 통해 세상에 신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향수를 느낄 수가 없으니 그걸 바르고도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면 도대체 그게 무슨 의미일까. 그는 세상과 자신, 그리고 향수를 비웃었다.
그들이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 자신만의 풍부한 내면세계를 향기로 표현해 내는 그르누이의 그 재능이... 부럽기도 하다.
* 책의 마지막 장, 마지막 줄에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콱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