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시간의 각인(1985), 라승도 옮김, 곰출판, 2021.
책 속 문학
아르세니 타르콥스키 Arsenii Tarkovskii (1907-1989).
블라디미르 보고몰로프 Vladimir Bogomolow (1926-2003), 단편소설 이반 Ivan (1957).
알렉산드르 그린 Aleksandr Grin (1880-1932).
오시프 만델시탐 Osip Mandelshtam (1891-1938).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Boris Pasternak (1890-1960).
도스토옙스키, 장편소설 백치 Idiot (1869).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1962). 시인은 자질을 타고나는 것이지, 되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완전 소멸'.
책 속 영화
알렉산드로 도브젠코 Aleksandr Dovzhenko (1894-1956).
미조구치 겐지 (1898-1956).
책 속 음악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1685-1750)
서문
15
이런 책을 쓸 가치가 있을까? 영화 작업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변적인 문제들은 영화를 하나둘 찍으면서 실천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영화 창작에 관한 문제와 목적을 이해하는 나만의 방식을 논쟁적으로 제시하고 싶어졌다.
20
인간관계의 근본 원리도 결국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의도치 않게 저지른 잘못과 자연스러운 실패를 용서할 줄 아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만일 두 사람이 적어도 한 번이라도 똑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언제나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 부디 사람들이 자신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오로지 공통의 인간적 충동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1장 시작
28
작가와 감독의 미학적 성향이 다르면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타협은 영화의 의도를 망가뜨리기만 할 뿐이다. 따라서 영화는 나오지 못한다.
29
시의 논리. ... 연결의 논리는 삶의 복잡성을 단순화하는 데서 나오는 것으로 드러난다.
35
내가 볼 때 핍진성과 내적 진리는 사실에 충실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느낌의 전달에 충실한 데서 나온다.
+ 요즘 호불호 논란인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생각나는군.
39
진정한 예술적 이미지는 언제나 관념과 형식의 유기적 통일성에서 나온다. 관념 없이 형식만 있거나 형식 없이 관념만 있는 작품은 진정한 예술적 이미지를 파괴하고 예술에서 벗어나게 한다.
40
명작은 윤리적 이상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41
바로 이런 점에서 <이반의 어린 시절>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영화는 창작의 권리를 얻기 위한 시험 무대였다.
42-43
인간에게 회상은 소중하다. ... 보통 회상의 시적 특성은 회상의 구체적인 원천과 충돌하게 되면 깨지기 마련이다. 나는 바로 이런 기억의 특성으로부터 발전해 나오는 어떤 독특한 원리 위에서 최고로 흥미로운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주인공을 보여주지 않고도 커다란 의미를 표현할 수 있고 독특한 성격을 묘사할 수 있으며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문학과 시에서 주인공의 서정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과 일치한다. 주인공 자신은 부재하지만, 그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그에 관한 분명하고 확실한 관념을 만들어낸다.
49
이러한 취약성은 그녀의 천성과 나이에 고유한 페이소스다.
제2장 이상을 향한 동경으로서의 예술
53
예술은 왜 존재할까? 예술은 누구에게 필요할까? 예술이 필요한 사람이 정말 있을까? 이런 질문은 시인만이 아니라 예술을 감상하는 사람, 또는 흔히 말하듯 불행히도 20세기에 예술이 관객과 맺는 관계인 본질인 '소비'를 드러내는 사람도 제기한다. ... 모든 예술가는 자기만의 법칙을 따르지만, 이 법칙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예술의 기능은 인상을 주는 형식이 충격과 카타르시스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지식 knowing 의 관념에서 나오는 것임을 말할 필요가 있다.
54
이브가 지식의 나무에서 사과를 따 먹은 순간부터 인류는 진리를 향해 끝없이 노력해야 할 운명을 짊어졌다.
어떤 의미에서 개인은 자기 존재와 자신의 삶, 자신의 목표를 매번 새롭게 안다. ... 인간은 자신의 외부에 있으며 자신의 직관적 감각적 원리로서 포착하는 그 이상을 획득하고, 그 이상과 결합되기를 고통스럽게 갈망하면서 계속해서 다시 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이런 결합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 고유한 '자아'가 부족하다는 것이 바로 인간 불만족의 영원한 원천이다. 따라서 예술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수단이며, 인간이 이른바 '절대 진리'로 가는 길에서 그것을 알 수 있는 무기이다.
55
예술은 실증주의적, 실용주의적 행위로는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인 절대 진리와 연결된 하나의 보편적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56
오직 희생만이 진정으로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것임에도 현대인은 어떤 희생도 하고자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에 관해 점차 잊고 있다. 따라서 인간적 소명감도 잃고 있다.
예술적 이미지는 언제나 일종의 환유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생님.
58
자신의 창작 권리를 얻기 위한 투쟁의 유일한 조건은 소명에 대한 믿음, 봉사할 준비 그리고 비타협성이다.
인간의 상호 이해란 통합력이자 최종 의미로는 정신적 교감이다.
사랑의 의미는 실용주의와 반대되는 헌신성에 있다. ... 상호 이해 없는 자기 표현은 무의미하다. 다른 사람들과 맺는 정신적 관계의 실현을 위한 자기 표현은 고통스럽고 이익이 생기지도 않으니 결국 희생적인 것이다. 자기 목소리의 메아리를 들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어쩌면 예술적 창작뿐 아니라 과학적 창작에도 존재하는 직관이 내 생각에는 이렇게 충돌하는 현실 이해 방식들을 서로 가깝게 만들어주는지도 모른다.
추천사
10-11
타르콥스키는 몇 번이고 다시 예술가의 자유를 말하는 대신 그 자신의 임무와 책임을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나는 그 문장에 줄을 친 다음 여백에 써넣었다. 그렇다면 관객의 의무와 책임이란 무엇인가. ... 세계가 영화를 바라보고 있을 때 그 시선에 마주하면서 영화가 책임을 안고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임무라는 대답이 여기에 있다. ... 이 책은 시를 인용하고 다시 인용한다. ... 타르콥스키는 세계를 시적으로 느껴보려고 한다. ... 타르콥스키는 지구를 시적으로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