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수, 소설 속 공간 산책, 시공문화사, 2002.
책을 펴내며 中
단지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자연인으로서 혹은 건축과 도시설계를 공부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각양각색의 삶의 문화를 현상적으로나마 이해해 보고자 틈틈이 소설을 읽어 왔고, 그 가운데 작가들의 섬세한 눈과 수려한 문장을 통해 건축가나 계획가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적인 환경이나 공간이 어떻게 읽히고 묘사되고 있는지를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을 뿐이다.
기획은 좋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기획에 비해서 아쉽게 느껴진다.
책은 소설 속의 배경이 되는 한 공간을 선정하여 그 공간을 정말 백과사전처럼 설명해 준다. 공간을 설명하면서 그 공간을 다시 소설과 연관 짓지는 않는다. 물론 그게 이 책의 저자가 소설의 작가들을 존중하기 위해 취한 태도라는 건 느껴지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설과 연관 지어 공간을 '해석'했어야 이 책이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결과물은 소설과 건축이 서로의 재미를 풍부하게 해주지 못하고, 소설은 그저 어떤 공간을 설명할 것이냐를 정하기 위한 수단에 그쳤다고 느껴진다.
분명 기획은 좋은데...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거라고 예상되는 기획은...
좋은 기획안이 아닌 걸까?